정치적 혼돈과 별개로, 대구광역시의 실물 경제는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및 내연기관 중심의 제조업 구조에서 탈피하여 첨단 기술 중심의 5대 미래 신산업(인공지능, 로봇, 바이오·헬스케어, 미래모빌리티, 반도체)으로 재편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특히 2026년 3월 24일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 실적은 대구 경제의 질적 고도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지표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통 지역 산업의 위기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거시경제 여건은 매우 척박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촉발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해 대구 지역 기업의 무려 82.3%가 직·간접적인 경영상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상승, 물류비의 기하급수적 급등, 그리고 환율 변동성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원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에 의존하는 전통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는 단순히 수출액 감소를 넘어 축산물 가격 및 유류비 인상으로 이어지며 서민 경제 전반에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구조적 한계는 대구시가 왜 지식 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신산업으로 경제 체질을 전환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한다.

미래 50년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글로벌 비상(飛上) 프로젝트'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구광역시는 대구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2023년부터 지역 혁신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투자유치 촉진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상(飛上)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헬스케어,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등 5대 미래신산업 분야에서 6개 혁신기업(아키테크, 마이스타체인, 아리온, 무아행, 이롭, 인트인)을 엄선했다.
선발된 기업들은 약 3개월 동안 영문 피칭 고도화, 피치덱(투자유치용 발표 자료) 제작 컨설팅, 해외 바이어와의 사전 온라인 상담 등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철저한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지난 3월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본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현지에서 진행된 기업설명회(IR)와 제품 시연회에는 약 80여 명의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자들이 참석하여 대구 기업들의 기술력을 직접 확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말레이시아 과학기술혁신부 산하의 국가 주도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크래들 펀드(Cradle Fund)'가 행사에 직접 참석하여 지역 혁신기업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총 2건의 직접적인 수출 계약 체결을 비롯하여 합작투자(JV), 독점 계약, 비밀유지계약(NDA) 등 다수의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연쇄적으로 성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혁신기업 6개사의 아세안 시장 진출 상세 성과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한 6개 혁신 기업들의 구체적인 기술 분야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달성한 주요 성과를 요약하면 다음 표와 같다.
| 기업명 | 미래신산업 분야 | 핵심 기술 및 서비스 | 주요 글로벌 진출 성과 (말레이시아 현지) |
|---|---|---|---|
| (주)마이스타체인 | 인공지능/IT | 블록체인 기반 조작 방지 투표 시스템 | 말레이시아 현지 SME(중소기업) 및 유력 미디어 그룹인 리치 퍼블리싱(Reach Publishing)사와 직접적인 수출 계약 체결 확정 |
| (주)아리온 | 미래모빌리티/AI | AI 기반 드론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 |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지 방산기업들로부터 합작투자(JV) 제안 및 말레이시아 시장 내 독점 계약 우선 협상권 확보 |
| (주)인트인 | 바이오·헬스케어 |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개인용 정자 분석기 | 현지 바이어들의 최고 관심 품목으로 부상. 의료기기 제조·유통 전문 4개사로부터 독점 계약 제안을 받았으며, 3월 내 최종 1개 파트너를 선정하여 독점 판매 계약 체결 예정 |
| (주)아키테크 | 인공지능/건설IT | AI 및 스마트 글래스 연계 통합형 건설관리 플랫폼 | 3월 말 말레이시아 SW 유통기업과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예정. 이후 기술 교류 및 현지 총판 계약 추진. 현지 건설사와 개념증명(POC) 수행 및 가격 협상 진행 중 |
| (주)이롭 | 로봇/헬스케어 | 첨단 의료용 로봇 및 의료 보조 기기 | 말레이시아 현지 바이어와 제품 도입 관련 초기 심층 상담 진행 및 아세안 헬스케어 네트워크 구축 |
| (주)무아행 | 인공지능/기타 | AI 특화 솔루션 기반 서비스 | 자사 솔루션의 기술적 타당성 입증 및 아세안 지역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과의 후속 미팅 약정 도출 |
정의관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이번 성과에 대해 "지역 혁신기업들의 우수한 기술력이 해외 시장,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명백히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과 투자유치를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기술 수출 및 글로벌 밸류체인(GVC) 편입의 거시경제적 함의
대구 신산업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진출 성공은 단순한 단기적 수출액의 증가를 넘어 지역 거시경제의 질적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내에서도 1인당 GDP가 높고 디지털 전환(DX) 속도가 매우 빠르며, 정부 주도로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공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국가다. 따라서 크래들 펀드와 같은 정부 산하 육성 기관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대구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넘어 6억 인구의 아세안 전역과 중동 이슬람 시장으로까지 기술을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교두보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번 성과가 단순한 완제품의 단발성 수출(Export)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수출,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JV, 아리온 사례), 현지 총판을 통한 유통망 장악(인트인, 아키테크 사례) 등 매우 고도화된 글로벌 밸류체인(GVC) 편입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규모 물류비나 원자재 가격 변동에 극도로 취약했던 과거 대구의 하드웨어 중심 산업 구조가, 지식 재산권(IP)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심의 '비용-독립적(Cost-agnostic)' 고부가가치 구조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된 중동발 리스크로 인한 82.3% 지역 기업의 피해라는 참담한 지표 속에서도 , 5대 미래 신산업 분야가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함으로써 대구 경제는 외부 충격에 대한 강력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내재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